연 매출 1,000억원 ‘눈 앞’
신제품·신서비스로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공략
(뉴스투데이=박서진 기자)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은 어느 특정인의 이름과 관련한 판결을 내렸다. 바로 ‘한·경·희’였다. 이 법원 민사합의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주식회사 한경희생활과학이 “상표권 침해를 금지해달라”며 도모씨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한경희생활과학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한경희생활과학은 도씨가 ‘한경희청소’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무실 청소 등 청소업을 벌이자 “이를 막아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경희’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전기식 스팀청소기 상표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며 “일반 수요자는 한경희생활과학과 한경희청소 사이에 특수 관계가 있는 것으로 혼동할 수 있다”며 한경희생활과학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주부들의 ‘영웅’,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등 갖가지 별칭으로 불리는 한경희 대표. 그가 사명에 이름을 넣은 이유가 이 판결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 “청소가 정말 힘들었어요”
국내 생활가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팀청소기로 ‘대박’을 난 이후 스팀다리미 등 생활가전에서 잇따라 대히트를 쳤다.
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인 한 대표가 생활가전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청소하기가 힘들고 싫었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가사노동 중 하나가 무릎꿇고 바닥청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 비롯된 청소기는 선 채로 카펫이나 마루의 먼지를 흡입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물걸레질을 하는 우리 청소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 대표는 “내가 아니면 우리나라 여성들을 해방시켜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그래서 회사 이름에 내 이름 석자를 내건 것도 이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주부의 눈높이에서 시작한 사업의 첫 작품이 바로 스팀청소기다. 한국식 ‘물걸레질’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청소기였다.
이렇게 탄생한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국내 스팀가전시장 점유율이 무려 70~80%에 달할 정도.
그는 “우리는 세상에 없는 제품, 그렇지만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미션”이라며 “고객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가장 적합한 기능과 품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생활가전 후속…‘한경희 청소’로 새 시장 개척
지난해 법원 판결 이후 한 대표는 ‘한경희 청소’를 본격적으로 런칭했다. 집안 청소, 이사 청소에서 나아가 일종의 가전제품 세척 서비스다.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품 내부에 있는 먼지, 곰팡이, 세균 등을 깔끔하게 제거해주는 서비스다.
한 대표가 말한 대로 “전혀 새롭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인 것이다. 한 대표는 “세탁기는 물이 항상 차있다. 그런데 이를 뜯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곰팡이가 껴있다”면서 “또 에어컨도 마찬가지인데 필터나, 내부세척을 제대로 안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세탁기나 에어컨이 고급제품이라도 제대로 청소해주지 않으면 곰팡이 낀 옷, 오염된 공기를 입고 마신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삼성이나 LG같은 대형 가전회사에서는 수리를 위한 인력이 대부분이고, 가전 세척을 하는 서비스는 많지 않은 점을 파고들어 ‘신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한 대표는 특히 “우리가 기본적으로 이사 청소도 하고, 곰팡이 제거도 하지만 우리는 곰팡이를 생기지 않게 하는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라며 “이는 정말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잇단 신제품·신서비스…혁신은 이어진다
사업 영역 확장은 혁신적인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단 그 영역은 ‘생활가전’과 ‘청소’에 집중돼 있다. 탄산수를 만들어주는 기기인 ‘한경희 탄산수 스파클러’와 ‘한경희 온수매트’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한경희 뷰티’ ‘한경희 홈케어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에도 모두 한경희라는 이름을 붙여 브랜드를 확장했다.
한 대표는 “무선으로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물걸레 청소를 하는 제품이 조만간 나올 계획이고, 다리미도 지금까지는 세워놓고 하는게 많았는데, 걸어 놓고 편안하게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설거지인데, 세계 최초의 ‘설거지도우미’다. 구체적인 내용은 절대 함구하고 있는데, 기존의 자동식기세척기와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희라는 브랜드는 이미 글로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국에서도 고급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는데, 2013년 중국에서 디자인과 색상을 그대로 베낀 짝퉁제품 때문에 홍역을 치를 정도였다.
이후 한 대표는 해외에 진출할 때도 단순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로 나가지 않고 ‘한경희생활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과거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부착돼 있던 어느 작명소 광고가 떠오른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한경희생활과학의 사명이 사업초기 한때 한영전기, 한영베스트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제 한경희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 사업이 연 매출 1,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아가 주식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 1조원에 달하는 회사(1조원 클럽)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